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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책 읽어주는 여배우 이설의 독특한 '꿈'
WriterMaster Date2021-02-10 Hit348
 배우 이설

▲ 네이버 오디오클립 <사각사각> 진행자들. (왼쪽부터) 얼루어 매거진 피처디렉터 허윤선, 배우 이설, 시인 겸 출판편집자 서효인 ⓒ 링크매니지먼트


"사각형 책 속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를 사소하고 각별하게 전합니다. 사각사각 책읽기 지금 시작합니다."

배우 이설, 시인 겸 출판편집자 서효인, 얼루어 매거진 피처디렉터 허윤선이 진행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사각사각>의 오프닝 멘트다. 설디, 횬디, 윤디로 서로를 칭하는 이들은 두 문장의 짧은 멘트를 사이좋게 삼등분하여 읽는다.

사이좋게 나누는 건 비단 오프닝만이 아니다. 셋 중 누가 추천한, 어떤 주제의 책이든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삼분의 일만큼 얘기하고 두 동료의 얘기를 삼분의 이만큼 경청한다. 그렇게 오롯이 완성되는 <사각사각>의 뒷이야기를 지난 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설을 만나 들어보았다.

다독가 이설, 그가 책을 사랑하는 법
 
 배우 이설

▲ 배우 이설 ⓒ 링크매니지먼트

 
지난 2016년 데뷔해 KBS2 <옥란면옥>, MBC <나쁜형사>,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등의 드라마와 <허스토리> <사자> <판소리 복서> 등의 영화, 그리고 NCT드림 '마지막 첫사랑', 김동률 '답장' 등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활동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는 배우 이설. 그는 책을 사랑한다.

만나서 얘기해보니 보통 사랑이 아닌 듯했다.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 누운 채로 책을 보며 일어나기 싫은 마음의 죄책감을 덜곤 하는데 그렇게 누워 다섯 시간을 계속 본 적도 있단다. 가방에 늘 책 한 권이 있어 대기 시간에 읽는 건 기본이고, 연필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단어나 좋은 은유는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다. 역사적 사실과 같은 배경지식 중에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구글링을 해가며 책을 본다. 독서노트도 쓴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책사랑 일화가 있으니 바로 <사각사각>을 이설이 직접 제안해 만들었단 것이다. 시작은 이랬다. 지난해 민음사의 문학잡지 <릿터(Littor)>의 화보 촬영을 하게 된 이설은 평소 열렬히 읽어왔던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편집자가 인터뷰어로 오자 그에게 책에 관한 팟캐스트 같은 걸 함께 해보자고 대뜸 제안한 것. 여기서 '그'는 물론 횬디다. 윤디와 친분이 있던 횬디가 추진력을 발휘했고 그렇게 <사각사각>이 탄생했다. 

<사각사각> 구독자들을 위한 진심과 열정
 
 배우 이설

▲ 배우 이설 ⓒ 링크매니지먼트

 
2020년 7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사각사각>은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에 비하면 세 DJ 모두 덜 긴장하는 편이고 보다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해졌다고. 처음엔 편집되는 게 반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편집 없이 내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들은 책 선정에 무진 신경을 쓴다. 시간을 내어 들어주는 구독자에게 최대한 좋은 책을 추천해줘야겠단 결심에서다. 셋 다 만장일치로 좋다 말하는 책을 하자, 화제성도 있으면서 발굴할 가치가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자, 소설 속 화자·주제 등 매 회차의 밸런스를 생각해서 고르자, 등등. 이런 뜨거운 논의를 거쳐 책을 꼽는다. 녹음까지 완성해놓고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회차도 있을 만큼 이들의 신중함은 진심의 진심이다. 

설디는 <사각사각>을 하면서 독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을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또 세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게 무척 즐겁다고. 그에게 평소에 좋아하는 책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SF소설처럼 상상력이 기발한 책을 좋아한다. 대체 이런 걸 누가 생각해냈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에 빠져드는데, 주로 그런 책들은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계속하여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이 좋다. 최근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을 인상 깊게 봤다. 천선란 작가님처럼 요즘 1990년대 생의 책이 많아 기쁘다. 같은 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우리 세대가 고민하는 것들이 책들에 녹아있는 점도 좋다."

내가 최진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
 
 배우 이설

▲ 배우 이설 ⓒ 링크매니지먼트

 
오디오클립에서도 공개적으로 표현했듯 이설의 '최애'는 최진영 작가다.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등을 쓴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이설은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엔 불행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럼에도 사랑을 잃지 않고 불행에 매몰되지도 않고 나아가는 게 너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를 최진영 작품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한 사람의 절망과 그 절망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진영 작가 외에 또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이 물음에 설디는 <거울 속 외딴 성>을 쓴 츠지무라 미즈키와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작가를 언급했다. 최진영 작가와 이 두 작가의 책은 전작을 다 읽었다고. 이설은 세 작가의 특징에 대해 "왠지 이 세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면서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잘 아는 따뜻한 사람들이란 게 책에서 느껴진다"고 했다.
 
좀 더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독서가 이설의 본업인 연기에 미치는 영향과, 나아가 그의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무얼까. 

"엄청 많다. 일단 시나리오를 볼 때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누가 함께 하는지를 봤다면 말이다. 인물들의 내면이 좀 더 이해되는 것 같고, 그 인물들에 좀 더 내밀하게 다가가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일상에서도 예전 같으면 '저 사람 대체 왜 저래?' 하고 화를 낼 때가 있었다면, 요즘은 그런 마음이 많이 흐려진 것 같다. 인간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사실 이설은 독서에서 파생되는 것들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부터는 소설을 써보기 시작했고, 여유가 생기면 책방 겸 아지트를 차려볼 생각도 갖고 있으며,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책의 판권을 사서 그것을 영화화하는 제작자로서의 꿈도 품고 있다. 판권 쇼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잠시 행복한 얼굴을 하기도 했다.

책 읽는 것 말고는 딱히 취미는 없다. "책과 따릉이(자전거) 말고는 별 것 안하는 것 같다"며 그는 "따릉이 타다가 한강 같은 야외에서 책 읽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지방에 촬영을 가면, 촬영 없는 날엔 호텔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아침부터 밤까지 책을 본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달콤한 독서환경이란다.

2020년에 <사각사각>뿐 아니라 바쁘게 연기 활동을 한 이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찍어놓은 작품들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며 "2021년엔 공개되면 좋겠다"는 그는 "책 보는 것만큼 본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배우 이설

▲ 배우 이설 ⓒ 링크매니지먼트